일상

2Siyo 2020. 5. 3. 04:53

새벽에 생각이 많아져 밤을 새우는 경우가 있다. 결국 해가 뜨고 어스름한 하늘이 손바닥만 한 창으로 보일 때면 오늘도 어떻게든 버텨내야지 하는 생각과 다른 잡념들이 다시 밀려들어 무겁게 가라앉는다. 그렇게 침대에서 일어나기 힘들 때, 우연히 어두운 방과는 달리 푸르고 밝은 색이 손바닥만 한 창을 채우고 그 사이로 봄을 알리듯 흘끗 보이는 부드러운 색색의 꽃잎들이 잡념을 몰아내고 힘을 더해준다. 꼼짝없이 침대에 달라붙어있던 몸을 팔다리가 지탱해 끌어올린다. 아직은 밝지 않은 방안을 뒤로하고 문 손잡이를 잡는다. 나는 오늘도 버텨낸다. 화장실에서 마른 칫솔에 치약을 묻히면서 거울에 이를 닦으며 낀 눈곱을 떼어내고 묶었던 머리를 풀어내고 샤워기를 틀어 물 온도를 맞춘다. 샤워를 하고 나서 축축한 머리를 수건으로 한껏 틀어 올리고 드라이기와 헤어 에센스를 챙긴다. 어디선가 주워들은 지식을 떠올리며 헤어 에센스를 젖은 머리에 듬뿍 먹이니 미처 짜내지 못한 물들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걸 수건으로 대충 닦는다. 머리를 대강 말리다 선크림을 얼굴에 문질러 바르고 눈썹을 정리하듯 대강 칠만 한다. 어저께 즈음 입었던 원피스와 맨투맨을 껴입고 마른빨래 더미 안에서 양말 짝을 찾아내 신는다. 시간을 확인하고 걸음을 서두른다. 주말의 주민회의는 느지막이 오는 사람들로 다시 했던 이야기를 반복한다. 반복되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끝나면 해야 할 일들을 떠올리고 우선순위를 정한다. 하나하나 머릿속으로 채워나가면 회의는 결론이 나고 서로서로 수고하셨다는 이야기를 한 뒤 회의가 끝난다. 느릿느릿 사람들을 따라 계단을 내려가 흐릿한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고 이내 해야 하는 일들을 하나씩 찾아간다. 답답하게 달라붙는 마스크 앞부분을 손가락으로 잡아당겨 다시 떼어내고 마트, 시장을 걸어 다니며 사야 했던 물건을 하나씩 가방에 채워 넣는다. 습하고 더운 날씨에 머리칼을 잘라낼까 고민을 하면서 이내 다시 짧아진 머리가 길어지는 과정을 못 견딜 자신을 깨닫고 고개를 젓는다. 봄의 시작을 제대로 알기도 전에 여름이 오는 중인가 보다. 그럭저럭 얇은 맨투맨이 덥게 느껴지고 머리카락이 달라붙는 것이 불쾌하게 여겨지고 있다. 어서 집으로 들어가 어깨를 짓누르는 가방을 비우고 하고 싶은 게임이나 좀 해야겠다. 이렇게 내 봄은 다 지나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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